어른들은 왜 싸울까? 스트록스(The Strokes)의 'The Adults Are Talking'으로 본 정치

작품 속 떠나는 여행 • September 07, 2026

요즘 유튜브를 켜면 정치 관련 영상들이 알고리즘을 가득 채우곤 합니다. 대부분은 누군가를 맹렬히 비판하는 내용이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저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 그러니 힘을 합쳐 몰아내자!"
  2. "저건 명백한 악행이다. 그러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특정 커뮤니티, 부패한 공권력, 극단적 페미니즘 등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고 여겨지는 집단들을 향한 견제와 혐오도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조금 비틀어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왜 매번 선과 악이라는 틀로만 정치를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 소개할 노래는 미국의 록 밴드 스트록스(The Strokes)<The Adults Are Talking> 입니다. 2020년 발매된 명반 The New Abnormal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이죠.

제목인 The Adults Are Talking은 말 그대로 "어른들이 얘기하고 있잖니" 라는 뜻입니다. 어른들이 한창 말다툼을 벌일 때, 어린아이가 끼어들면 "너는 몰라도 되니까 저리 가"라며 밀어내는 차가운 한마디죠.

이 곡에서 어른들은 왜 그토록 싸우는 걸까요?
그리고 왜 서로의 말에는 귀를 닫아버린 걸까요?

비록 바다 건너 2020년에 나온 노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환멸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던져줍니다.


1.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

They've been sayin', you're sophisticated
They're complaining, over-educated
다들 말했지, 넌 참 고상하다고.
다들 불평해, 학력만 높고 아는 체한다고.

사람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보이는 껍데기' 를 기반으로 손쉽게 비난합니다.

여기서 정치가 작동하는 한 가지 씁쓸한 원리가 드러납니다.
비난을 피하려면 '실제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보다, '잘못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는 기술' 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본질보다 이미지가 우선하는 정치판의 민낯입니다.


2. 세뇌와 지지자 만들기

You are saying all the words I'm dreaming
Say it after me, say it after me
넌 내가 꿈꾸던 모든 말을 뱉어내고 있어.
날 따라 말해봐, 날 따라 말해봐.

내가 원하던 유토피아 같은 말을 쏟아내더니, 곧바로 "날 따라 말하라"고 요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중정치의 핵심입니다.

정치 권력을 얻으려면 반드시 군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달콤한 환상을 속삭이며, 자신의 구호를 그대로 읊게 만듭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처음엔 허황돼 보이던 공약이나 담론도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따라 외치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정당과 세력으로 현실화되곤 합니다.


3. 공격과 희생양, 그리고 갈라치기

They will blame us, crucify, and shame us
다들 우릴 탓하고, 십자가에 못 박고, 망신 주려 할 거야.

We can't help it, if we are a problem
우리가 문제라면,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잖아.

정치권에서 상대 진영은 언제나 가장 맛있는 먹잇감입니다.
상대를 파렴치한 '악(惡)'으로 낙인찍고 십자가에 못 박을수록, 자신의 '선함'과 '유능함'은 더욱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면 묻습니다. "우리가 문제라면 어쩔 수 없잖아."
과연 그게 진짜 악일까요? 실제로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거나 당연히 겪어야 할 삶의 무게들마저 정쟁의 도구가 되어 서로를 물어뜯는 갈라치기의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진짜로 어쩔 수 없는데 말이죠.


4. 메아리 없는 외침과 소통의 단절

We are trying hard to get your attention
I'm climbing up your wall, climbing up your wall
네 관심을 끌어보려 애쓰고 있어.
너의 벽을 기어오르고, 또 기어오르고 있어.

역설적이게도 이 지점에서 정치권과 지지층의 거리는 극단적으로 벌어집니다.
정치인들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더 자극적인 쇼를 펼치고 적을 비난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와 삶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서로를 향해 거대한 벽만 쌓아 올릴 뿐, 진짜 대화는 단절되어 버립니다.


5.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Don't go there, 'cause you'll never return
I know you think of me, when you think of her
But then it don't make sense when you're trying hard
To do the right thing but without recompense
그쪽으로는 가지 마, 다신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
그녈 생각할 때 내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건 앞뒤가 맞지 않잖아.

제가 가장 깊게 공감했던 구절입니다.
정치 투쟁이나 누군가를 향한 맹목적인 비판에 한 번 깊게 빠져들면, 결코 예전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힘듭니다.

정치인은 결코 순수한 자선가가 아닙니다. 대가 없는 헌신이란 정치판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정치인은 권력을 좇아 환상을 팔고, 비판자들은 조회수와 영향력을 위해 상대를 공격하느라, 그 누구도 생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결국 서로 영원히 벽을 향해 소리치다 지쳐 떨어져 나가는 것. 그것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경고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6. 침묵하는 지지자들과 무감각해진 사회

And then you did something wrong and you said it was great
And now you don't know how you could ever complain
그리고 넌 잘못을 저지르고도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하지.
이제 넌 불평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

Because you're all confused, 'cause you want me to
But then you want me to do it the same as you
넌 지금 혼란스러우니까, 내가 그래주길 바라니까
네가 하는 방식대로 하길 바라니까

도를 넘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짐에도, "우리가 이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합니다.

정치인들은 사고를 쳐도 사고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지지자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쓴소리를 냈다간 상대 진영에 빌미를 주어 판이 깨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정 작용은 멈추고, 불평과 비판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됩니다.

No more asking, questions or excuses
The information's here, here and everywhere
더 이상 질문도, 변명도 필요 없어.
정보는 이미 여기저기 사방에 널려 있으니까.

대화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직접 묻거나 해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알고리즘과 확증편향으로 무장한 정보들이 이미 사방에 널려 있어, 각자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며 마음대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7. 지독한 피로감, 그리고 남겨진 질문

I don't, I don't want anything
I know it's not, it's not your fault
I don't want anyone
As I do, it's not for you
난 아무것도, 그 무엇도 원하지 않아.
네 탓이 아니란 건 나도 알아.
난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아.
내가 하는 이 모든 건, 결국 널 위한 게 아니었어.

결국 화자는 모든 것에 지쳐 환멸을 느낍니다.
꿈꿔왔던 공약이든, 대의명분이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증오의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그건 공약도 대의명분도 위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인은 우리를 위해 싸우지 않고, 대중 역시 정치인을 위해 지지하는게 아닙니다
모두가 정치를 통해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투사할 뿐입니다.
정치인도, 지지자도, 비판자도, 그리고 그 싸움을 방관하며 똑같이 혐오를 키워온 우리도 모두 정치를 이용 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피로감과 갈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거창한 정답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치란 본래 증오의 도구가 아니라, 모두가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시작된 공존의 약속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필로그: 낮은 키, 오래된 박자로

이 곡의 아웃트로에는 밴드 멤버들의 웅성거리는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옵니다.

"It could be a crazy scene..."
(이거 꽤 미친 상황일 수도 있겠는데...)
"Lower key, old tempo... back to where we started."
(더 낮은 키로, 예전 템포로...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그곳으로 돌아가자.)

스트록스는 7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와, 이 어지러운 세상의 소음을 바라보며 "처음 시작했던 시절의 템포로 돌아가자"고 읊조립니다.

어른들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사방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물어뜯는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역시 이 흥분과 소음을 잠시 끄고 우리가 왜 대화를 시작했는지, 그 첫 박자로 돌아가 호흡을 가다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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